표준과 접근성 - 웹 2.0, 기타 등등, 그리고 한국의 웹 (3) by NamX

이번 글에서는 "웹"표준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우선 일반적인 표준과 접근성의 관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작년 가을에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는 2007년 1월부터 더이상 MS 오피스 제품군을 사용하지 않고 오픈도큐먼트 포맷에 기반한 오픈오피스, 스타오피스 등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美 메사추세츠주, "MS 오피스SW 안쓰겠다" [아이뉴스24 2005-09-02 14:23]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31&article_id=0000067756&section_id=105&menu_id=105

메사추세츠주는 이를 통해서 "시민들의 접근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제가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미 대부분 잘 아시겠지만, 오픈 포맷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또는 오픈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하면 대부분의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소한, PC와 PDA의 Windows/WinCE/MacOS 정도에서나 돌아가는 MS 오피스에 비해서 오픈 소프트웨어, 또는 동일한 오픈 포맷을 지원하는 수많은 소프트웨어들은 훨씬 더 많은 운영체제, 훨씬 더 많은 기기에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들이 똑같은 이유, 즉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이유로 이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한글기사를 찾을 수 없어서 영문기사로 올림) Bay State's Open Source Transition Angers Disabled Workers [By Jesse Noyes / Boston Herald / 03/15/06 5:00 AM PT]

http://business.bostonherald.com/businessNews/view.bg?articleid=130211

장애인 쪽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Winske says he's a fan of that strategy but thinks it will take a long time to get to that point -- much longer than January. "Right now our interest lies in a Microsoft world," he said. "In the future, I don't know. ODF could create a better mousetrap.

"[But] it's a lot easier to promise and a lot harder to deliver," he added

장기적으로는 오픈 포맷과 오픈 소프트웨어가 장애인들의 접근성에도 더 좋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최소한 2007년 1월전까지도 그럴 것이란 것이고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But] 문장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과 같습니다. 제가 앞서 다른 글에서 인용한 파이어폭스 개발자 블레이크 로스 씨의 말 - "그 동안 오픈소스 커뮤니티 사이에 '이론상으로 경쟁 제품을 이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들이 팽배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현실은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표준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FOSS 측의 소프트웨어들은 장애인들에게 상당히 불편할 뿐입니다.

관련기사: FOSS community, disabled users must learn to communicate (Saturday March 18, 2006 (09:00 AM GMT) / By: Marco Fioretti)

http://software.newsforge.com/software/06/03/13/1628249.shtml?tid=150

이탈리아의 시각장애인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Paolo Pietrosanti, a member of the General Council of the Radical Party, became blind in 1993. This made him realize that "the disabled must be turned from costly assisted persons into taxpayers." Two years ago, the City of Rome announced that it would move some services to FOSS platforms. While GNU/Linux fans were celebrating, Pietrosanti asked in an open letter to Rome's mayor, "Do you know that choosing Linux means excluding blind users?" His arguments were similar to those presented in Massachusetts.

저는 접근성을 몇가지로 구분하여 얘기하고자 합니다.

1. 일반대중(여기서는, 접근성에 있어서 동일한 특성을 지닌 다수)의 접근성
2. 장애인의 접근성
3. 소수집단의 접근성

첫번째로 대중의 접근성은 접근성에 별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사실 접근성 보다는 사용성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길게 다루지 않되, 한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사용성과 표준은 서로 관련이 깊지만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종속되는 관계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표준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도 사용성이 충분히 높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스/엑박 패드는 사용성이 정말 높지만 표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두번째로 장애인의 접근성은 위에서 본 메사추세츠주의 예처럼 이상적으로야 공개 표준이 가장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으며, 적어도 2006년 지금까지는 별로 그렇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세번째로 소수집단의 접근성, 여기서 얘기하는 소수집단은 장애인과 달리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서 소수집단이 된 경우를 의미합니다. 돈. 돈이 문제일 수 있으나,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 돈이 없다고 리눅스나 파이어폭스를 쓰는 것을 본 적은 없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리눅서, 파이어폭스 사용자들도 이러한 소수집단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집단이 주로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공개 표준을 지키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분들에게는 공개 표준 준수가 매우 절실한 요구 사항입니다.

이와 같이 자발적 소수집단을 제외하고 일반대중과 장애인에게는 접근성이란 것이 실제로 표준과 별로 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물론, 표준만으로 되는 것은 표준을 따르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플스/액박 패드에 들어 가는 나사, 케이블 등이 그렇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서 사용하는 키보드/마우스라는 입력 인터페이스도 그렇고요. 음... 생각해보니 키보드/마우스 또한 딱히 무슨 정해진 표준이 있는 건 아니군요. 그냥 de facto standard? (사실상의 산업계 표준) USB 정도는 국제기구 표준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의 소수집단, 컴퓨터/인터넷 세계라면 저도 포함되는 이 집단은 대부분의 경우 그 영역에서 "최강자"입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그 영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장애인과 이 사람들은 모두 소수집단이지만, 보통 장애인은 최약자이고, 이 사람들은 최강자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접근성을 제공해야 좋을까요? 물론 추가비용이 없다면, 다다익선입니다만.

저에게는 웹표준을 "강하게" 주장하는 "그들"이 자꾸 장애인을 끌어들이는 행위는 귀족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끌어들이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몇몇 "그들"이 얘기하는 웹표준 중에서 실제로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것은 IMG-ALT 와 CSS FONT 정도 말고 얼마나 많이 있는지요?

표준 얘기하면서 자꾸 장애인을 과하게 끌어들이지 맙시다.

저 또한 IE/파이어폭스 사용자이고, 파이어폭스에서도 잘 보이는 웹페이지가 좋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 입니다. 저는 사용자 입자에서 사파리나 링스에서 보이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개발자 입장에서는 관심이 있습니다. :) 실제로 웹개발을 해보면 여러 브라우저에서 잘 보이는 것이 꼭 웹표준을 지켜서도 아닙니다. 다만 관련이 깊고, 확률이 높을 뿐. 언제나 현실과 이상에는 차이기 있기 마련입니다. IE/파이어폭스/사파리 다 "제대로", "복잡한" 기능 지원하려면 절대로 웹표준대로 못 합니다. 제가 거의 지난 8년 가까이 허름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웹개발 하면서 그런 날이 오길 기다렸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오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웹보다 훨씬 역사가 긴 컴퓨터 영역들이 그걸 말해 줍니다. C, UNIX, POSIX, ...

이상이 없는 현실, 현실을 모르는 이상. 둘 다 경계합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표준과 접근성, 그리고 접근성 중에서도 장애인의 접근성과 소수집단의 접근성을 서로 관련지어서 생각할 수도, 그리고 냉철하게 분리해서 생각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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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아시겠지만, HTML 문서에서,

<A HREF="http://www.abc.com/?q1=abc&q2=def">

하면 W3C 표준상 어긋납니다. 무엇이 그럴까요?

솔직히 저런 부분은 아무리 표준이라도 지키고 싶지 않습니다. 표준을 바꾸고 싶죠. 그러나 뭐, 바꿀 수는 없고, 브라우저가 그렇게 처리하니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표준은 신이 내려주신 것이 아닙니다.

 


덧글

  • NoBody 2006/03/31 12:27 # 답글

    아무리 결론이 맞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예제가 잘못 되어 있으면 글 전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걸 잊지 말아라.
    http://www.mass.gov/?pageID=itdterminal&L=3&L0=Home&L1=Policies%2c+Standards+%26+Legal&L2=Drafts+for+Review&sid=Aitd&b=terminalcontent&f=policies_standards_ETRM_v3dot5draft_information&csid=Aitd
  • NamX 2006/03/31 12:31 # 답글

    심형/
    어느 부분 예제를 말씀 하시는 것이며, 저 링크는 무슨 링크인가요? 제가 잘 파악이 안 되어서 --;
  • NoBody 2006/04/04 14:23 # 답글

    mass. gov에서 OASIS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공식]문서가 위의 링크이며, 여기에 보강 질의 내용은 다음
    http://www.mass.gov/Aitd/docs/open/ODF_CIO_questions.pdf
    여기에 의하면 OASIS를 선택한 이유 4가지가 있는데, 거기 어디에도 [시민의 접근성] 이야기는 없거든.
    거기서 주장하는 내용은 [Application은 짧고, Format은 길다]라고 생각한다. hwp가 아직도 사용되는걸 보면.
  • NamX 2006/04/04 16:16 # 답글

    심형/
    글쎄요. 얘기하신 공식 문서의 "Vision" 부분에 보면 이렇게 써있습니다.

    VISION

    Information is no longer viewed as an exclusive agency asset but is leveraged and re-used throughout the enterprise while observing appropriate privacy and security protections. Electronic records are preserved in open formats that allow for optimal electronic records conservation and availability to the public over long periods of time.

    "availability to the public"

    이것을 제가 우리말로는 "시민들의 접근성"이라고 한 것이고요.

    @
    제가 본 것은 위 문서는 아니고 CIO 와 인터뷰한 다른 기사였었는데,"public accessibility" 정도(?)의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 한경균 2006/04/20 20:27 # 삭제 답글

    어제 강의 감사히 잘 들었습니다.
    블로그에도 좋은 글이 많아 제가 얻을 게 많네요.
    종종 들러도 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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