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플랫폼 - 왜 우리는 실리콘 밸리처럼 될 수 없는가? #2 by NamX

왜 우리는 실리콘 밸리처럼 될 수 없는가?

지난 번에 "컴퓨팅 역사와 자본"에 대해서 얘기한 것에 이어서 오늘은 "오픈 플랫폼"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다른 글에서 밝힌 것처럼 저는 "오픈 플랫폼"이라는 것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의도와 맞든, 그렇지 않든 결과적으로 "개방형 독점" 전략의 수단으로서 활용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더 큰 "판"(=플랫폼)을 벌여서, 더 많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그를 통해서 (어떤 이들에게는 역설적이게 들리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높은 지위, 때로는 독점적이기까지 한 지위를 누리게 되는 "판"이 되는 것이지요.

오픈 플랫폼의 대표적인 예로 (어떤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80년대에는 초기에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적극적으로 (그 어떤 OS 개발사에 비해서도 가장 많이) 지원하고, 사용들을 적극적으로 PC의 세계로 끌어 들이는데 성공한 MS 윈도우가 있습니다. 90년대에는 더 나아가서 아예 소스까지 오픈하여서 수많은 개발자들의 지지를 얻고, 또한 많은 사용자까지 모은 리눅스가 나왔고요. 2000년대에는 구글, 아마존, MS, Yahoo 등이 웹 플랫폼 계에서의 헤게모니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하는 중입니다.

오픈 플랫폼이란 것이 앞서 얘기한대로 결국 "더 큰 판"이기 때문에 이를 장악 하는 사람, 기업, 국가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가게 됩니다.

우리(우리나라의 개발자들 및 사용자들)도 이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세계가 그러하기 때문에 특이할 것도 없는 사항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또는 우리 중의 일부가 안타까워 하는 부분은 우리는 영향을 받기만 하지 영향을 주고 있지 못 하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세계에 영향을 주지는 못 하더라도 우리나라 내에서라도 뭔가 오픈 플랫폼, 오픈 소스 같은 방식이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를 많이들 안타까워 합니다.

저 또한 그 사실이 안타까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마냥 안타까워만 할 수는 없고... 그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왜 그럴까요?

1. 네트워크 효과

보통 네트워크 효과를 얘기할 때에는 소비자, 사용자를 놓고 얘기합니다. 더 많은 사용자가 사용할 수록 더 많은 사용자들이 편해 진다는 것이지요. 팩스, 전화, OS, 파일 포맷 등, 세상에 수많은 물건들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한 번 생산자를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어서 제가 이글을 쓸 때, 한글로 쓰면 100명이 볼 기회가 생기고, 영어로 쓰면 10,000명이 볼 기회가 생긴다고 합시다. 제 입장에서는 이 글을 쓸 의욕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여러분이 어떤 프로그램, 예를 들어서 동영상 플레이어를 만든다고 합시다. 또는 게시판, 블로그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괜찮겠습니다. 여러분이 그 프로그램을 한글로 만들어서 한국의 커뮤니티에 올릴 때 얻는 효과와 보상과 영어로 만들어서 영어 커뮤니티에 올리는 것과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그에 따른 여러분의 생산 의욕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여러분과 함께 무언가 재미난 일을 할 개발자들은 얼마나 될까요?

재미있는 것은 "오픈 플랫폼"에 참여하기 위한 그 "판"(=플랫폼)조차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언어는 영어요, 문화는 서구 문화요, 서버는 유럽이나 미국 어딘가에 있고, 지역은 유럽이나 미국이고... 그런 것들이 메일 보내면 지구 반대편까지 1초 만에 도착하는 세상에서 중요하냐고요? 예... 저는 아직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제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사람이라는 생명체니까요.

2. 토론/참여 문화

EBS의 다큐멘터리 "동과서" 또는 그것의 소스가 된 책 리처드 니스뱃 교수의 "생각의 지도"를 보면,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이 얼마나 다른 지 알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아래와 같은 그림을 보고 아래 꽃이 어느 그룹에 속하냐고 그냥 길 가던 사람에게 물었을 때 동양인들은 대부분 "A"라고 하는 반면, 서양인들은 대부분 "B"라고 대답한다는 것이지요. 과학자들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라, 길가던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양인들은 "분석적 사고"에 매우 능하다는 것인데요. 이건 오늘의 주제에 조금 빗나가고요. 아무튼 서양인과 동양인의 사고 방식이 얼마나 다른 지... 저에게는 충격적으로 와 닿았습니다. 오늘의 주제와 관련해서 보면 토론 문화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서양인들은 뼈속 깊숙이 토론에 강합니다. 그것은 "관찰", "분석", "개인주의"에 익숙한 문화이기 때문에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 관련 심리학자들의 주장인 것 같습니다. 반면 동양인들은 예로부터 "빈 수레가 요란하다" - 한국 속담,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 한다" - 노자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개인주의" 문화가 아닌데다가, "관찰->분석" 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동화 되기 - 역지사지" 등에 익숙하기 때문에 토론과는 "핏줄" 상 좀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서양인들은 "능력"을 가장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여기고, 동양인들은 "겸손"을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여깁니다. 이는 굳이 다큐멘터리와 책을 보지 않더라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심지어 심리학자들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서양인들은 보통 자신이 평균보다 잘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고, 동양인들은 거꾸로라고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살아 보신 분들은 더 잘 아시겠지만 저는 미국 구글 본사에서 그쪽 엔지니어들과 20명 가까이 모여서 잠깐 회의 하는 동안 꽤나 충격을 먹었었습니다. 그들의 "들이대는" 토론 문화는 정말... 상상하던 그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들이대는" 정신이 오픈 소스와 오픈 플랫폼에 "짤방" 정도가 아니라 "필수요소"로 작용 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화의 차이로 인해서도, 동양에서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모습의 오픈 소스, 오픈 플랫폼 같은 것이 잘 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더 상세한 예를 들고, 설명을 하고 하는 것은 뱀다리 밖에 안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 거기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주장인지는 잘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이 부분은 여기서 줄입니다.

3. 디자인과 기술을 보는 마음의 차이

올해 초에 "발표 잘하기" 류의 강의를 들었는데, 서구인, 아시아인, 남미인이 선호하는 파워포인트 색과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서구인들은 주로 한두가지 정도 색깔이 들어가고, 깔끔하게 정돈된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아시아인들은 대개 3~4가지 색을 선호하고요. 남미인들은 5~6가지의 화려한 색과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삼바를 생각해 보세요.

이는 "슬라이드 자료"에 대한 예였지만, 이를 통해서 우리는 쉽게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적용해 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시판 디자인은? 커뮤니티 사이트 디자인은? 아니 그럼 디자인을 넘어서 기능은? 기술은?

어쩌면 현재의 전세계 정보 플랫폼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그들과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과 기능, 기술 등은 적지 않게 다를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과연 그들의 시각에 맞는 것을 잘 만들 수 있을까요? 왜 한국에서 디자인한 양복 (서양식 의류)들은 어딘가 모르게 한국식으로 보이는 걸까요?

아... 오늘도 30분이나 쓴 것 같습니다. 지칩니다. 오늘도 참~ 주저리주저리 왔다리갔다리 썼네요. 아무튼 오늘은 여기서 마칠께요.

오늘의 얘기를 요약하면, 

첫째,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한국에서 한글로 오픈 플랫폼, 오픈 소스 해 봐야 어렵다. 하려면 영어로 해야 하는데,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거 하려면 (그 "판"에 참여할 모든 개발자가) 영어를 엄청나게 잘 하든지, 다른 방법으로 하든지... 뭘 택해야 할까?

둘째, 동양인들은 "겸손"의 문화가 정말 "핏줄" 속에 들어있다. 내 생각에는 오픈 소스 잘 하려면 이거 버려야 한다. 정말 오픈 소스 때문에 이걸 버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거 안 버리고 다른 뭔가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 할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나?

셋째, 그들과 우리는 디자인을 보는 눈이 다르다.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기능"과 "기술"을 보는 눈 또한 다르다. 현재로서는 그들과 맞춰야 세계 정복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들과 맞춰야 할까? 우리 만의 독자 노선을 가야 할까?

그럼 다음 기회에 또 뵈어요~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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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Vany 2008/07/16 08:06 # 삭제 답글

    다시 글 쓰기 시작했네.
    재밌는 글 많이 써 줘용~
  • Cernie 2008/07/17 16:59 # 삭제 답글

    중간의 꽃 분류 실험 재미있네요. 저도 동양(?) 사람인지라 A라고 대답해놓고 곰곰히 그림을 살펴보니 B가 맞는 것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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