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논란과 우리 사회의 성향
우선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 이 글은 "유튜브"나 "현정부"에 대한 저의 의견을 밝힌 글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이 글은 "우리 사회"에 대한 글입니다.

유튜브 논란에서 아쉬운 점은 비판 또는 비난의 화살이 현정부로만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현정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이는 비단 현정부만의 정책이 아니었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의 다수가 원하고 있던, 그리고 종종 실행에 옮기기도 했던 정책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기억들이다.

2007-07-23, 연합뉴스, 정통부, 다수 이용 포털 제한적 실명제 추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1&aid=0001912616&
정통부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게시판을 운영하는 30만명 이상의 포털, 20만명 이상의 인터넷 언론은 공인인증기관, 신용정보업자 등 제3자에 의뢰해 모사전송, 대면확인 등을 통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2007-07-13, 연합뉴스, 국회의원 70% "악성댓글 경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1694993
또 악성댓글의 근절 방법은 법적 제도적 측면의 보완 및 강화가 57%, 악성댓글 게시자처벌이 약 25%, 댓글서비스 자체 중단도 약 10% 순으로 조사됐다며 의원실은 법적.제도적 측면의 강화를 통해 댓글을 근절시키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5-07-03, 연합뉴스, 인터넷실명제 찬성론 확산..반대보다 4배 많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1041011
또 20-30대 젊은 층 이용자가 많은 네이버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가 인터넷실명제 도입에 찬성한 반면 반대입장을 보인 네티즌은 3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2004-04-03, 연합뉴스, "인터넷 심의는 찬성, 자료요구는 반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0611576
선거법상 게시판 실명제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특정 사이트에 한해 실시하는 것은 찬성한다'(38.4%), `전적으로 반대한다'(38.4%), `전적으로 찬성한다'(30.0%) 등으로 나타났다.

2003-09-15, 연합뉴스, 인터넷 게시판 실명확인제 도입 추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0457697
정통부는 인터넷 게시판의 실명제 확인에 대해 최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정부부문의 경우 찬성 61%, 반대 33%, 민간부문은 찬성 58%, 반대 36%의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2001-02-07, 연합뉴스, 네티즌 32% 인터넷 실명제 `찬성'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0052934
또 '공공기관 홈페이지 등 부분적으로 도입하자'는 대답은 25%(238명), '각자의의사에 맡기자'는 의견은 27%(256명)였으며 '반대한다'는 의견은 12%(110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나는 이 문제가 정부와만 관련된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내려 있는 그 어떤 문화적인 성향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성향이다.

개인주의/집단주의:
우선 홉스테드(http://en.wikipedia.org/wiki/Geert_Hofstede)의 "문화 차원" 모형에 따라서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 성향에 대한 상대적 위치를 살펴 보자.

데이터: http://www.geert-hofstede.com/hofstede_dimensions.php

표가 너무 길지만, 우리나라 위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생략하지 않고 다 보이도록 하였다.


위 표에서 너무나 명확히 드러나듯이 우리 사회는 전세계에서 개인주의 성향이 가장 낮은 사회에 속한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주의 성향이 낮은 나라에서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 뿐 아니라 애초에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는 상대적으로 다른 가치들에 비해서 낮은 가치를 부여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추측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얘기하자면 이는 나 개인의 가치관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물론 최근 들어서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 성향은 점점 높아지고 있긴 할 것이다. 그리고 홉스테드 모형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소위 "잘 먹고 잘 사는" 나라와 다른 지표들과의 관계를 찾기는 어렵지만 개인주의 지표와의 관계는 찾을 수 있다고들 하고 있다.

고맥락/저맥락 사회:

다음은 홀(http://en.wikipedia.org/wiki/Edward_T._Hall)의 모형에 따라서 우리 사회가 어떤 성향을 띄는지 살펴 보자.

홀은 상대방의 말이나 글 속에서 숨은 의미를 찾아야 하는 사회, 그리고 그 말이 상황(맥락)에 따라 바뀌는 사회, 어떤 사실이 있을 때 그 사실과 함께 그 배경도 함께 이해 해야 하는 사회는 "고맥락" 사회라고 불렀다. 그리고 한중일 삼국은 이러한 고맥락 사회의 대표적인 국가이다.

다음은 저맥락/고맥락 국가의 대표적인 예이다.

참고: http://jcmc.indiana.edu/vol11/issue1/wuertz.html


이런 고맥락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토론"을 좋게 보지 않는다. "토론"과 "화합"을 놓고 보면, 항상 "화합"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다음은 고맥락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속담의 예이다.

  •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 한다. - 노자
  • 빈 수레가 요란하다. - 한국 속담
  • 입은 불행의 원천이다 - 일본 속담

심지어 "법"에 대한 태도 조차 고맥락 사회와 저맥락 사회에서는 다르다. 고맥락 사회에서의 법은 어떤 다툼을 "중재"하는 의미가 강하고 저맥락 사회에서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잘못을 "가름" 하는 의미가 강하다.

아무튼 우리 사회를 포함한 고맥락 사회에서는 "말을 아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시끄러운 논란,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이상 국가간 문화 비교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 모형인 홉스테드와 홀의 모형에 따라서 우리 사회의 위치를 살펴 보았다.

정리하면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약하고, "말(=표현)" 많은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보다는 "사회적 안정"을 추구 하는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논의 할 때 "유튜브"나 "현정부"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핵심을 비껴가도 한참 비껴간 것이다. 이 논란은 "우리 사회"에 대한 논란이 되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할 점은 이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터넷 실명제"에 찬성할 만한 사람들은 또한 그러한 논란을 별로 즐기지 않을 사람들이란 점이다. --; 그래서 더욱 어려운 문제다. --;

다시 한 번 오해를 막기 위해 사족을 달자면 나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 평균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높으며, 숨은 그림 찾기 식의 "고맥락"은 너무 어려워서 적응이 잘 안 되고, "저맥락"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런 글 쓰고 있지...요.

by NamX | 2009/04/16 12:51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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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wafe's me2DAY at 2009/04/20 01:01

제목 : wafe의 생각
남엑스의 잡생각 : 유튜브 논란과 우리 사회의 성향. 링크된 글의 주제와 아무련 관련 없는 얘기. 고맥락 사회와 저맥락 사회에 대한 언급이 글에 나타나는데, 연애 관계에서 남자들이 고생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고맥락이기 때문일까? -_-;...more

Commented by Amberite at 2009/04/16 14:25
신선한 시각을 담은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하나 첨언을 해보자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실명제를 찬성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악플러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는 방안으로 실명제 밖에 없는 것처럼 유도한 언론과 사회 분위기도 일조했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스머프 at 2009/04/16 16:05
재밌는 시각이네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인터넷 검열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것 같습니다. 물론 악플은 나쁜거지만 정부의 생각과 다른 의견도 구속되는(미네르바나 조중동광고불매운동같은) 상황에서 터져나온것이기에 문제가 되는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소쿠리 at 2009/04/18 18:07
물론 인터넷 실명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도입된 정책이라는 거 인정합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대응이 너무나도 감정적이고, 또한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네르바 체포 라든지 이런 사건의 심각성을 생각해 봤을 때, 표현의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구글코리아가 한국의 법을 따라야 한다면서 억지를 부리는 몰상식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비단 현정부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지금의 대응은 생뚱맞기 짝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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